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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신 전원일기- 까르페 디엠으로/최송희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할 만큼 날씨가 좋고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만 저희는 여유 있게 꽃을 감상하며 앉아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작물을 이달에 심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농사 주 종목을 서리태 콩과 고추로 정해놓고 심기로 했기 때문에 많은 양을 심어야 합니다.

콩을 심기 위해 오십 줄 정도의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 후 구멍을 뚫어서 거기에 콩을 서너 개 씩 집어넣어 심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두둑을 만들고 나면 갈퀴로 두둑마다 긁어서 잔 돌도 빼내고 두둑의 높이도 평평하게 해야 비로소 비닐을 씌우는데 여기까지 하는 것도 하루 종일 걸리는 일입니다.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호미로 흙을 긁어서 비닐을 양옆으로 눌러 고정시키는데 이 일을 많이 하다보니 호미질의 달인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밭을 바라보며 이 많은 두둑을 다 덮고 콩을 심을 생각을 하면 아득하지만 한줄한줄 심다보면 그래도 끝이 옵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할 때는 얼마나 했나 얼마나 남았나 세어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남은걸 알면 힘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도 우리의 고난이 언제 끝날지 알려주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해내야 할 두둑만 내려다보며 일해야 잘 견딜 수 있듯이 고난이 종결될 날을 모르고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것이 고난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자신들이 광야에서 수 십 년을 뺑뺑이 돌아야한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아마 절망해서 난리쳤을 겁니다.  


모르고 가는 것이 그래서 은혜인 것 같습니다.

저도 자녀의 아픔이 언제 끝날지 모르며 몇 살까지 호미질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단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그것도 징역살이 하듯 사는 게 아니라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라는 영화에서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까르페 디엠으로 살라고 말합니다.

오늘 이 시간을 누리라는 라틴어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죽을상을 하며 살지 말고 어떤 상황이든지 즐겁고 기쁘게 즐기며 살라는 겁니다.


풍요롭고 걱정 없이 편안한 때만이 아니라 슬프고 힘들며 고달픈 시간에도 까르페 디엠의 마음으로 살라고 주님도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즐기고 누리는 것이 꼭 쓸개 빠진 사람처럼 웃는것만은 아닙니다.

휴지 한통이 다 젖도록 울더라도 그 눈물 속에 주님이 계시다면  그래서 평안이 있다면 우는 것도 까르페 디엠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