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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신 전원일기- 남자, 여자 그리고 뱀/최송희

밭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는 뱀을 발견했습니다.

뱀과 저는 서로를 잠시 째려보다가 뱀이 스르르 자리를 비껴서 돌 틈으로 들어갔습니다.


뱀을 봐도 놀랍지가 않고 무섭지도 않은 걸 보면 저도 완전 환경친화적 인간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사실 뱀보다 훨씬 무서운 건 풀입니다.

요즘 풀이 얼마나 무섭게 자라는지 돌아서면 키가 십 센티씩 쑥쑥 크는 것 같습니다.


불루베리 밭에 풀이 올라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풀이 육십센티 쯤 자라나서 방풍림처럼 불루베리를 빽빽하게 둘러쌌습니다.

그걸 안뽑아주면 그늘이 지고 영양분도 다 빼앗겨 불루베리는 시들시들해 질겁니다.


그래서 그 장대 같은 풀들을 뽑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뿌리가 질기고 단단한지 두 손으로 잡고 온힘을 다해 잡아당기다 보면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입니다.

풀도 여러 가지인데 쑥도 있고 만지면 따가운 가시풀, 덩굴로 퍼지는 돼지풀, 아무리 당겨도 안 뽑혀 파내야하는 풀등 가지가지 풀들이 있습니다.


풀을 뽑다보면 가장 힘든 곳이 허리입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면 잠시 허리를 폈다가 다시 풀을 뽑는 일을 몇 시간씩 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게 농사 짓냐고 그냥 제초제 한번 뿌리면 풀이 싹 말라죽고 밭이 깨끗할텐데 그러냐고 합니다.

제초제는 맹독성이라 아무리 강한 풀들도 견디지 못하고 죽습니다.

그래서 깔끔한 밭들을 보면 제초제를 뿌린거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제초제 한번 뿌리면 그 독이 칠년이나 남아서 농작물에 스며드는데 나 편하자고 그런 농약을 쓸 수는 없습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는 풀들과의 전쟁이 힘들고 밭에 늘 풀이 있어서 깔끔하지 못해도 농약을 쓰지 않고 몸으로 수고해야하는 농사가 하나님의 농사법입니다.

축복의 벌을 쉽게 받으려는 곳에  독이 뿌려집니다.

이혼도, 자살도 뇌물도, 도박도 다 독입니다.

 

요즘 이혼을 결심한 어느 여자분과 돈때문에 목숨을 버릴 생각까지 하는 다른 여자분에게 제발 독을 쓰지 말라고 말리고 있습니다.

독을 쓰면 편할것 같지만 정말 힘들고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것이고 그것들 때문에 땀을 흘리며 수고해야 식물을 먹을것이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문자 그대로 땀을 흘리며 사는 저희는 창세기를 사는 아담과 하와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뱀까지 곁에 있지 않습니까.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