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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신 전원일기- 싹트지 않는 사람/최송희

똑같은 밭에 똑같은 씨를 심었는데도 싹이 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감자 밭에도 감자를 쪼개서 심은 구멍에 싹이 나지 않은 곳들이 있고 콩을 한 구멍에 서너 개 씩 심었는데도 싹이 안난 구멍이 적지 않습니다.

 

콩을 한개만 심었다면 콩이 썩었나 하겠지만 여러 개 씩 심었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도 싹이 나지 않으니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곳에는 다시 옥수수 씨앗을 심었습니다.


교회를 데리고 오고 목장을 데리고 와도 싹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예수 씨를 심어도 말씀이 안 들리고 세상일에만 마음이 가있으니 예배도 잘 안나오고 목장에도 거의 안나오니 싹이 도통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계속 전화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떠나가 버리면 마음이 씁쓸합니다.

콩은 옥수수로 바꿔 심으면 되지만 구원받지 못한 사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죽기라도 하면 그 영혼은 무슨 방법으로도 구원할 수가 없지요.


며칠 전 참 힘든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분인데 심한 우울증에 걸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카드 빚도 있고 남편도 무섭고 아무튼 절망과 두려움으로 꽉 찬 그분의 음성을 듣고는 그 마음을 바꾸기 위해 오랜 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목장에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예배 날 전화도 안받고 어딜 간다는 문자만 보냈습니다.


나중에 다시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엄청 안 좋았습니다.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분은 그 날 목을 매려다가 통화를 하면서 그 생각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주님이 어지간히 급하셔서 통화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를 죽이려는 고살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의 도피성으로 데려와 지키고 살아나게 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없을 겁니다.

혹시나 누군가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그 목소리가 꺼져가는 등불 같다면 그를 급히 도피성에 데려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영혼의 119대원들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