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두 마리 중에서 큰 개가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다음날도 안 오고 그 다음날도 안와서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때가 여름인지라 혹시나 개장수가 잡아간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혼자 남은 작은개는 맛있는 밥을 줘도 잘 안 먹고 하루 종일 시름없는 표정으로 엎드려만 있어서 큰개의 부재를 더욱 실감케 했습니다.
같이 있으면 어느 때는 물어뜯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형제 같은 개가 없으니 작은 개도 몹시 외로운가 봅니다.
개를 몹시 좋아하는 딸에게는 차마 말을 못했지만 아무래도 멍멍탕 집에 가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개도 없어지니 마음이 안 좋은데 사람이 가출하면 얼마나 맘이 아플까 싶습니다.
남편이 가출하고 자녀가 가출한 우리 지체들의 마음은 삼복더위 같은 요즘 날씨보다 더 푹푹 찔 것입니다.
다행히도 없어졌던 개가 며칠 만에 돌아왔습니다.
뒤를 보니 얄상하게 생긴 하얀 암놈이 저만치 서있습니다.
수놈인 우리 개가 그동안 예쁜 암놈을 만나 정신 못차리고 바람이 나서 가출한거였습니다.
남편들도 대개 바람이 나서 가출을 합니다.
어느 지체의 남편은 유학까지 했는데 어느 날 자기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하며 가출을 하고 이혼을 요구했는데 실은 한 직장의 동료와 바람이 나서 그런 것입니다.
남자들은 정신적인 이유로 가출하거나 이혼할 만큼 철학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저 정욕에 눈이 멀면 집을 나가고 이혼도 하자고 덤비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암놈을 좇아서 가출한 우리 집 개와 별다른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큰 개는 한동안 암놈과 노느라고 밥도 안 먹고 미친 듯이 다니더니 며칠 지나자 정력을 다 소진한 듯 이제 집에 누워서 나가지도 않고 잠이나 잡니다.
바람 피우던 남자들도 대개 이런 패턴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들은 사랑이 아닌 정욕에 눈이 멀어서 쏘다녔기 때문에 결국 지치고 시들해지면 슬그머니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는 마누라가 주는 밥을 뻔뻔스레 퍼먹고는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 거지요.
이런 남자들을 수준 높은 줄 착각하고 결혼한 여자의 책임 한계는 그들을 끝까지 먹이고 천국으로까지 데려가는데 있습니다.
우리는 조련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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