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400년! 세계最古, ‘금강조’
홍하상
일본에 금강조(金剛組)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종업원 150명, 연매출 1천억원의 작은 기업입니다.
서기 586년에 오사카에서 창업했으니 금년으로 꼭 1419년째를 맞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세계의 장수 기업을 연구하는 영국의 에노키안 협회나 서울대의 장수 기업 연구회의 발표에서도 이 회사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고 발표 되고 있습니다.
금강조는 사찰을 전문적으로 짓는 건축회사입니다. 그 회사를 창업한 1대 조상은 금강중광(金剛重光)입니다. 금강중광은 본래 백제의 건축기술자였습니다. 그는 일본의 성덕태자의 초청으로 부여에서 오사카로 건너가 절을 짓게 됩니다.
금강중광의 첫 작품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사천왕사입니다. 오늘날 <사천왕사 왔소! 왔소!>라는 축제로 유명한 바로 그 절이죠.
서기 593년, 사천왕사가 그의 손에 의해 완공되자 성덕태자는 그에게 ‘앞으로 너의 자손은 대대손손이 사천왕사를 영구히 보수, 관리하라.’는 명을 받습니다. 그에 따라 그는 백제로 귀국하지 못하고 거기서 자손을 낳고 살게 됩니다.
그 후 1400년간 금강조는 40대를 이어오면서 오사카에서 사천왕사를 보수, 관리하는 한편 여러 사찰들을 짓게 됩니다. 요즘도 금강조는 1년에 1백 채 이상의 사찰을 짓고 있습니다. 사찰건축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목조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목조건축은 콘크리트 철골조보다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지난 95년 고베대지진이 났을 때 고베 인근의 많은 가옥이 크게 부서졌습니다.
그곳엔 금강조가 지은 사찰도 있었습니다. 그중의 한곳인 계광원(戒光院)이라는 절엘 가본 적이 있습니다. 절의 담장이 30미터나 넘어지고, 절 뒤의 묘지에 있는 부도탑들이 모조리 쓰러졌습니다. 주지스님도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내동댕이처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헌데 금강조가 지었다는 대웅전은 멀쩡했습니다. 서까래 일부가 비틀렸는데 그나마 1년이 지나자 저절로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금강조의 39대 사장인 금강리융(金剛利隆.78)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그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건물은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기본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공사 현장으로 가는 그를 따라 나선 적이 있습니다.
사장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충실하라’고 현장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현장감독이 천장을 뜯었습니다. 컴컴한 천장 속에 들어가 보니 어디하나 빈틈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습니다. 현장감독이 말하기를 천장 속에 들어간 자재가 더 비싼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싸구려 자재로 얼렁뚱땅 마감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기초공사부분도 콘크리트를 50센티만 타설하면 되는 것을 70센티나 타설해놓았습니다. 비록 흙속에 묻힐 부분이지만 오히려 더 충실하게 한 것이지요.
<금강조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
오사카 건축사협회 후쿠모토 부회장은 금강조의 건축실력을 그렇게 평했습니다. 오늘날 금강조는 일본 최고의 목조건축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일본 최고의 목조건축 회사가 된 이유에는 또 다른 철학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무리하게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금강조는 지난 수십 년간 천 억 원대의 매출만을 유지해 왔습니다. 즉 무리하게 공사를 많이 맡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능력에 비해 공사를 많이 맡게 되면 그것은 곧 부실한 공사를 하게 되므로 공사 현장을 늘리지 않는 것입니다.
‘눈에 닿지 않는 현장이 생길수록 그것은 곧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 철학입니다.
그 외에 또 다른 철학이 있습니다. ‘사장은 현장에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금강조 주식회사는 8차선 대로변에 그 회사 본사가 있고 그 본사의 4층에 사장의 살림집이 있습니다. 달리는 차 소리로 집안은 늘 소란스럽습니다만 금강조 사장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살림집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공사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사원이 있는 곳에 살아야 한다는 철칙 때문입니다. 이것은 금강조가 14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원칙입니다. 금강조 사장은 수시로 살림집에 있다가도 야근하는 사원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관리 감독하기도 합니다. 또 그는 금강조가 시공하고 있는 공사 현장이라면 그곳이 아무리 멀더라도 불원천리하고 반드시 공사 현장을 방문합니다.
이것이 현장주의, 즉 <사장은 현장에 살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금강조가 일본 최고의 건축회사가 되고, 14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건축회사로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기본에 충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신경을 쓴 그러한 정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눈에 닿지 않는 공사 현장을 갖지 않는다는 원칙, 사장은 현장에 살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는데 금강조가 14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힘들지만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금강조는 1400년간 40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장인 정신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넷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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