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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오뎅집 다코우매의 155년

오뎅집 다코우매의 155

홍하상

오사카의 제1번화가인 도톤보리의 니혼바시 근처에 유명한 오뎅집이 있다기에 간 적이 있습니다.

큰 길가에 있는 <다코우매>라는 식당이었는데, 오사카 제일의 오뎅집치고는 아주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동글뱅이 오도리 의자가 다섯 개가 있고 자그마한 식탁 2개가 있는 작은 일본 목조 가옥이었습니다.

2층이었는데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 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 60세 정도의 아주머니가 조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조리를 해서 오뎅을 내주었습니다. 아주머니 앞에는 커다란 솥이 걸려 있고 솥 안에서는 오뎅과 곤냑, 다마고(달걀) 등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여주인과 마주보고 오뎅을 안주 삼아 청주를 마셨는데, 한마디로 뛰어난 오뎅맛이었습니다.

본래 잘하는 음식이란 난생 처음 먹는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 명품은 어디서나 그 품질의 진가를 발휘하듯이 잘하는 음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는 법입니다. 바로 이 집의 오뎅맛도 그러했습니다.

오뎅에는 간장과 다시마로 만든 국물이 적당히 배어 간이 맞았고, 익힌 정도도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수준이었습니다. 여주인 너머로 표어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그 말에 가로되 견습은 주인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것만이 기술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입니다.

과연 상인의 도시, 오사카다운 표어입니다.

오뎅을 먹으면서 저는 오뎅을 열심히 조리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아주머니는 바로 이 집안의 5대째 며느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로 개업 155년째를 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오뎅집은 1860년에 개업한 셈이니, 메이지시대 이전인 게이오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주머니는 오뎅에 국물을 껴얹으며 "저희 집 오뎅은 155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55년간 쉬지 않고 끓고 있는 오뎅. 이것이야말로 오사카 상인정신의 본보기가 아닐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이 오뎅집은 제가 깔고 앉은 동그란 나무 의자도, 제가 팔을 언고 앉은 이 오뎅 판매대도, 우리 앞에 놓인 청주잔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주잔은 투박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는데 전등 불빛에 비추어보니 주둥이 군데군데가 찌그러지고 흠집이 많이 나 있었습니다.

오뎅을 추가로 주문하자, 여주인이 성냥개비처럼 생긴 대나무 몇 개를 손님 앞에 놓더니 오뎅을 담은 접시를 내놓았습니다.

대나무를 살펴보니 거기엔 눈금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손님이 먹은 음식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청주를 시키자 여주인은 또 다르게 생긴 대나무를 주문한 손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그 역시 술의 잔수를 세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러한 계산방식은 155년 전 이 집이 개업할 당시부터 줄곧 해왔던 계산방식이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의 정신은 그것입니다. 155년전의 오래된 전통 목조가옥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 하면서 장사를 해 왔듯이 그 집에서 쓰고 있는 오뎅 솥도, 술 잔도, 접시도 모두 155년전의 초창기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음식 맛도 155년전과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옛날의 전통 그대로 장사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뎅집 다코우매의 상술은 요즘 말로 하면 노스텔지어 산업 이라고 표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그것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 나가고 싶어 한 것입니다.

과거의 전통을 소중히 간직하는 일본인다운 상술이었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150여년전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와는 다른 면모입니다. 오뎅 장사를해서 돈좀 벌면 그날로 때려치우고, 레스토랑이나 남 보기 번듯한 장사로 바꾸는 우리네의 얄팍한 상혼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그들은 꿋꿋하게 자신들의 옛 모습 그대로, 솜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상혼이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우직한 상혼은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점입니다.

 

*출처: 넷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