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
오사카의 제1번화가인 도톤보리의 니혼바시 근처에 유명한 오뎅집이 있다기에 간 적이 있습니다.
큰 길가에 있는 <다코우매>라는 식당이었는데, 오사카 제일의 오뎅집치고는 아주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동글뱅이 오도리 의자가 다섯 개가 있고 자그마한 식탁 2개가 있는 작은 일본 목조 가옥이었습니다.
2층이었는데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 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 60세 정도의 아주머니가 조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조리를 해서 오뎅을 내주었습니다. 아주머니 앞에는 커다란 솥이 걸려 있고 솥 안에서는 오뎅과 곤냑, 다마고(달걀) 등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여주인과 마주보고 오뎅을 안주 삼아 청주를 마셨는데, 한마디로 뛰어난 오뎅맛이었습니다.
본래 잘하는 음식이란 난생 처음 먹는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즉, 명품은 어디서나 그 품질의 진가를 발휘하듯이 잘하는 음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는 법입니다. 바로 이 집의 오뎅맛도 그러했습니다.
오뎅에는 간장과 다시마로 만든 국물이 적당히 배어 간이 맞았고, 익힌 정도도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수준이었습니다. 여주인 너머로 표어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그 말에 가로되 ’견습은 주인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것만이 기술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입니다.
과연 상인의 도시, 오사카다운 표어입니다.
오뎅을 먹으면서 저는 오뎅을 열심히 조리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아주머니는 바로 이 집안의 5대째 며느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로 개업 155년째를 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오뎅집은 1860년에 개업한 셈이니, 메이지시대 이전인 게이오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주머니는 오뎅에 국물을 껴얹으며 "저희 집 오뎅은 155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55년간 쉬지 않고 끓고 있는 오뎅. 이것이야말로 오사카 상인정신의 본보기가 아닐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이 오뎅집은 제가 깔고 앉은 동그란 나무 의자도, 제가 팔을 언고 앉은 이 오뎅 판매대도, 우리 앞에 놓인 청주잔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주잔은 투박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는데 전등 불빛에 비추어보니 주둥이 군데군데가 찌그러지고 흠집이 많이 나 있었습니다.
오뎅을 추가로 주문하자, 여주인이 성냥개비처럼 생긴 대나무 몇 개를 손님 앞에 놓더니 오뎅을 담은 접시를 내놓았습니다.
대나무를 살펴보니 거기엔 눈금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손님이 먹은 음식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청주를 시키자 여주인은 또 다르게 생긴 대나무를 주문한 손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그 역시 술의 잔수를 세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러한 계산방식은 155년 전 이 집이 개업할 당시부터 줄곧 해왔던 계산방식이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의 정신은 그것입니다. 155년전의 오래된 전통 목조가옥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 하면서 장사를 해 왔듯이 그 집에서 쓰고 있는 오뎅 솥도, 술 잔도, 접시도 모두 155년전의 초창기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음식 맛도 155년전과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옛날의 전통 그대로 장사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뎅집 다코우매의 상술은 요즘 말로 하면 노스텔지어 산업 이라고 표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그것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 나가고 싶어 한 것입니다.
과거의 전통을 소중히 간직하는 일본인다운 상술이었습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150여년전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와는 다른 면모입니다. 오뎅 장사를해서 돈좀 벌면 그날로 때려치우고, 레스토랑이나 남 보기 번듯한 장사로 바꾸는 우리네의 얄팍한 상혼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뎅집 다코우매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그들은 꿋꿋하게 자신들의 옛 모습 그대로, 솜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상혼이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우직한 상혼은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점입니다.
*출처: 넷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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