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6개월만 영업, 복요리 집 '후구겐'
홍하상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님이 일본에서 식당 주인에게 퇴짜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오후 7시에 도쿄의 긴자에 있는 후구겐이라는 복어요리 식당예약을 해놓았는데 그만 일본 고위관리들과의 모임이 길어져서 한 시간 늦은 8시에 도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과 일행이 후구겐 현관에 도착했더니 식당 주인이 나와 벌컥 화를 내곤 음식을 팔지 않겠다며 들어가 버렸습니다.
뜻밖의 일이라 일행은 난감했으나 여 종업원의 안내로 간신히 예약된 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식당주인이 이병철 회장이 머무르는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손님들이 지체가 높으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7시에 복어요리를 드시러 오신다기에 그 시간에 맞추어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나 늦게 오셨기 때문에 복요리의 맛을 다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최상의 맛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라고 후구겐 식당 주인이 말했습니다.
결국 일행은 다시 복요리를 주문하고 1시간이나 기다려서야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병철 회장님은 복요리 집 주인의 자기 직업에 대한 투철한 장인 정신에 감탄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을 야단친 사람은 가와시마 겐조(1892-1967)라는 사람입니다.
가와시마 겐조는 평생을 복어요리에 승부를 건 주방장이자 후구겐의 주인이었습니다.
후구겐은 1931년에 개업한 이래 오늘날까지 1년에 6개월만 영업하는 식당으로 유명합니다. 즉, 매년 10월1일에 영업을 개시해서 그 이듬해 3월말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가 1년에 절반만 영업을 하는 이유는 날이 더워지면 복어의 맛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맛이 없는 요리를 고객에게 대접하는 것은 상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 나머지 6개월간 후구겐 식당의 주인이나 종업원은 뭘할까요? 6개월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6개월마다 종업원을 해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후구겐 식당은 영업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매우 바쁩니다.
그 6개월간 후구겐 주인은 전국의 복어 명산지를 찾아다니며 최상급의 호랑이 복어를 잡은 어부들에게 미리 입도선매로 예약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복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늘 좋은 복어의 수요가 많습니다. 따라서 후구겐 식당의 주인은 좋은 복어를 사기 위해 어부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최상급의 복어가 구해지면 후구겐으로 배달되는 복어는 특별하게 포장이 됩니다. 보통 생선은 스치로폼 상자에 담긴 후 얼음이 채워진 상태에서 식당으로 배달이 됩니다.
그러나 후구겐 식당 주인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얼음이 복어의 살에 닿으면 복어의 피부가 수축되고 나중에 다시 그것을 녹이면 복어의 살이 푸석푸석해져서 맛이 없습니다.
후구겐 식당의 주인은 복어 위에 얼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복어 위에 나무를 깔은 후 그 위에 얼음을 덮습니다. 즉 냉동의 상태가 아니라 냉장의 상태로 복어를 운반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복어의 맛을 원래 그대로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6개월동안 종업원들은 무엇을 할까요? 종업원들은 매일 출근합니다. 매일 출근 해서 도마와 칼,식기 등을 닦습니다. 영업을 하지 않는 기간이지만 마치 내일 당장 영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준비하는 것입니다. 또 그릇을 불빛에 비춰보고 금이 가거나 쪽이 떨어진 것이 있으면 교체합니다. 또 가게의 실내장식도 새로 꾸미며 실내 환기도 매일 시킵니다.
도쿄의 긴자는 임대료가 일본에서 가장 비싸고, 또 종업원의 봉급도 만만치 않치만 후구겐 주인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손님에게 최상의 맛을 대접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후구겐은 그러한 투철한 상인 정신으로 지금까지 70년 이상의 세월을 이어왔습니다.
오늘날 일본이 발전한 것은 바로 그러한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건> 상인정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출처: 넷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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