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추는 탄저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글을 올렸더니 바로 탄저병이 와서 여기저기 고추가 썩어갑니다.
빨간 고추가 병이 들어 흉하게 썩고 말라가는 모습을 보는 남편과 저의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처음부터 병든 것이 아니어서 웬만큼은 건졌습니다.
고추는 비닐하우스에 심거나 농약을 세게 쳐야 탄저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고추는 습기를 싫어하는 특성이 있어서 장마가 지나면 탄저병이 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장마철 내내 걱정을 했는데 장마 후에도 괜찮아서 이제 병이 안 걸리나보다 라고 했더니 그 뒤로 몇 번의 가을 비가 온 후 드디어 탄저병이 시작된 겁니다.
농사를 시작한 후 사실 농작물을 위해 가장 많이 드린 기도가 고추가 탄저병에 안 걸리게 해주세요 였습니다.
농약도 치지 않고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 심은 고추에 탄저병이 오지 않는다면 그건 기적입니다.
저는 그 기적을 바라고 열심히 기도했는데 병이 온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실망하면서 내 기도발이 약한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하나님은 우리 고추에만 특혜를 주시지는 않겠다고 생각하신 듯 합니다.
소설가 박 완서 씨가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면서 왜 내게 이런 일이 와야하는가 하면서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불현듯 왜 내게는 이런 일이 오면 안되는가 라고 깨달으며 자신을 특별한 자로 여겼던 교만을 보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게는 나쁜 일이 오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교만 속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힘든 사건이 오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와야 하는가 라고 원망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오는 고난이 내게는 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교만입니다.
그래서 우리 고추에도 다른 고추들처럼 탄저병이 와야 하는 겁니다.
저도 우리 고추도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 다 당하는 고난과 병을 당하면서 다만 다른 것은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다는 겁니다.
주님이 제게 주시는 은혜는 기적이 아니라 겸손인 것 같습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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