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동안 쉬지않고 일만 해온 몸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저희 부부는 며칠 전에 동해안으로 갔습니다.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 하다보니 오후에 떠나게 됐는데 도착하니 저녁이 됐습니다.
유명한 해수욕장은 복잡하고 시끌거려서 이름 없는 작은 해변으로 갔는데 그곳은 텐트들이 많이 쳐있는 서민 해수욕장이었습니다.
해변을 거닐고 파도를 바라보다보니 날이 어두워졌는데 잘곳을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온 터라 대책이 전혀 없었습니다.
늘 아이들이나 다른 부부와 함께 놀러갔고 그때마다 콘도나 모텔에서 잤기에 잘곳을 정하지않고 밤을 맞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해변에는 차도 여러대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차안에서 자는 사람들도 여럿 있는듯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차안에서 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고스타일의 차라서 두사람이 자기에는 큰 불편이 없을것 같아서였습니다.
의자를 다 눕혀놓으니 더블 침대가 됐고 저희는 한번 차숙자가 되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리 전망 좋은 호텔도 바다가 멀리 보이는데 우리 차는 바로 바닷물이 코앞이라 차창으로 밤바다를 내다보며 파도소리를 듣는 느낌이 썩 괜찮았습니다.
파리와 뉴욕, 런던, 동경을 비롯한 여러 도시의 최고급 호텔에서 자본적이 있는 제가 차안에서 자는것이 비참하게 느껴졌다면 돈이 아깝지만 바가지 요금을 내고라도 해변에 있는 모텔에서 잤을겁니다.
최고를 경험했기에 최저 또한 열등감 없이 할수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저는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지체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며 기도했고 저의 옳은 개소리 때문에 마음이 상한 또 다른 지체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희안한것은 푹신하지도 않은 딱딱하고 좁은 잠자리인데 특급호텔에서 자도 몇번씩 깨는 남편이 아침까지 한번도 깨지않고 푹 잤다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보니 해변에서 잔 사람들이 벌써 뭔가를 부글부글 끓여서 먹고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환락으로 밤을 지샌 라스베가스는 아침풍경이 화장을 지운 창녀같았는데 부스스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곳 해변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사뭇 다른 건강함과 즐거움이 느껴졌습니다.
돈 없는 우리 목장의 지체들도 이런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피서를 올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온다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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