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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신 전원일기- 들깨 교회/최송희

어제는 들깨를 추수했습니다.

들깨는 잘라낸 다음에 눕혀놓으면 썩기 때문에 잘 마르도록 세워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들깨 목원을 열개 정도 모아서 끈으로 묶어 한 목장을 만듭니다.

키 큰 놈도 있고 작은 놈도 있고 골고루 모아진 들깨 지체끼리 싫어도 좋아도 삼겹줄로 매어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든 목장을 넉 단 모아서 한 교구로 만든 다음에 다리를 네 개로 벌려 쓰러지지 않게 세운 후 다시 묶습니다.


땅에는 비닐을 깔고 들깨 교구를 예닐곱 개 쯤 세워 한 지역을 만듭니다.

그리고 다른 비닐을 깔고 또 목장과 교구, 지역을 만듭니다.


이렇게 묶고 세우는 과정에서 잘 되지 않아 쓰러져 다시 묶고 세우는 일도 많은데 그것이 자꾸 반복되니 남편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투덜거리기도 하며 힘들어합니다.

교회를 세우기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다 세우고 나니 남편은 혹시 바람이 세게 불어 들깨 교회가 쓰러질까봐 걱정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태풍이 불지 않는 한 들깨 교회는 든든할 것 같습니다.


이제 들깨 교회에 주님의 햇볕이 비춰서 바짝 마르고 알이 영글면 그때 눕혀놓고 툭툭 쳐서 열매들이 떨어지게 할 겁니다.


그러면 열매는 열매대로, 쭉정이는 쭉정이대로 갈라져 열매는 모아 바구니에 담고 쭉정이는 불에 태워 밭에 버려질 겁니다.


추수한 들깨는 다시 볶고 짜야 비로소 고소하고 맛있는 들기름이 됩니다.

주인을 기쁘게 하는 향기롭고 고소한 기름은 이렇게 완성되는 겁니다.


묶여 있는 게 싫다고 목장에 안 오면 절대 맛있는 들기름 같은 인생이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불에 볶고 눌러 짜는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모두가 좋아하는 들기름이 되는 겁니다.


일을 끝낸 다음 목장에 들어오지 않은 들깨 줄기 두어 가닥이 땅에 뒹구는 게 보입니다.

그것들을 위해 다시 묶음을 풀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둡니다. 아마 오며가며 발에 툭툭 차이는 신세가 될 겁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