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무씨를 심었습니다. 김장에 쓸 무와 내년 봄까지 먹을 무입니다.
꽤 여러 고랑 심었기 때문에 여러 집이 나눠 먹을 양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채를 썰어 빨갛게 생채도 해 먹고 볶아서도 먹고 큼직하게 썰어서 생선 조림에 넣어도 맛있으며 고깃국이나 매운탕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무입니다.
야채가 귀한 겨울에는 미리 말려둔 무말랭이를 무쳐 먹으면 입맛이 나고 짠지를 담가두면 찬물에 밥 말아 먹을 때 좋은 반찬이 됩니다.
늦가을에 탐스러운 무를 나눠줄 지체들을 생각하면서 씨를 심으니 땡볕에 한나절을 심어도 즐겁게 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이 이 무를 수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을 때 형편이 딱한 직원들에게 지불할 퇴직금이 없어서 공장에 있는 기계 두 대를 팔아서 나눠 주었는데 그 기계가 은행에 저당 잡힌 기계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남편은 이것 때문에 나중에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정말 며칠 전에 은행이 형사 고발을 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을 받고 밥을 잘 먹지 못하는 남편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6학년의 나이에 혈압과 당뇨까지 있는 남편이 정말 감옥에라도 가면 건강은 어떻게 되나 싶어서 주님이 봐주시라는 기도가 나오게 됩니다.
이제 살던 아파트에서 가을에는 가평으로 완전히 이사를 가기에 남양주에서 새로운 목장을 만나는 남편이 갇히기라도 하면 목자를 내려놓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난 많은 남양주라 구원을 위해 남편들을 감옥에 보내야했던 지체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겪었던 슬픔과 두려움을 다시 헤아려봅니다.
그러나 이제 염려와 두려움 때문에 하는 세상 근심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 자신을 꾸짖는 회개에 이르는 근심을 하는 저희들이 되길 원합니다..
그래서 수 백개의 무를 캐야하는 올 늦가을에 저의 남편과 밭에 서서 치졸한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말할 수 없이 큰 은혜와 풍성한 수확에 감사를 드리는 풍경을 그리며 기도하게 됩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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