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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사랑방/살 맛 나는 이야기

신 전원일기- 못생기고 구부러져도

남편이 가평에서 포도농장을 하는 분에게 포도나무 네그루를 얻어왔습니다.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뽑아내야 한다기에 가서 몇 그루 가져온 겁니다.

포도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인데 열매만 안 열린다면 정말 쓸모없게
생긴 나무입니다.


가지도 가늘뿐더러 구불구불하게 비틀어져있고 하늘로 쭉 뻗지도 못하고 허리 굽은
할머니처럼 구십 도로 구부러진 모양이 정말 볼품이 없습니다.

땔감으로도 쓸 수 없고 목재로도 쓸 수 없는 포도나무는 그러나 여름이 되면 진가를
발휘합니다.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성경에 왜 포도나무 비유가 많이 나오는가 싶었는데 나무를 보니 이해가 됩니다.

포도나무는 하늘로 쭉쭉 뻗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하고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멋지게 뻗은 삼나무에는 열매가 없는데 포도나무에는 가지가 늘어질 만큼
많은 열매가 달립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잘 생기고 성공하고 부유한 삼나무 같은 사람은 멋져보여서 눈길을 끌고 부러움을
받지만 자기만 위로 뻗어가기 바빠서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반면 우리들 공동체의 지체들은 구부러지고 약하고 볼품없는 인생들이 많습니다.

열악한 환경, 열등감, 이혼, 알콜 중독, 도박, 가출 등등 온갖 고난들로 비틀어지고
옹이가 져서 매끈한 인생이 하나도 없기에 여기에서 구원의 열매가 열리는 겁니다.


포도나무를 반나절 걸려 심었는데 지지대를 세워서 묶고 구부러진 가지도 다른
지지대로 받쳐주어야 했습니다.

포도나무는 혼자서는 설 수 없는 나무인 겁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설 수 없는 우리들, 공동체의 받쳐주는 힘이 없이는 혼자
설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과 똑 같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 갔을 때 수 십 미터씩 자라있는 삼나무들이 엄청나게 않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그것들이 훌륭한 목재자원이 될 것 같아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름드리로 하늘로 까마득하게 뻗어있는 삼나무에 비하면 키도 겨우 일 미터가 넘는
구부러진 포도나무는 정말 찌질하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열매는 포도나무가 맺는 것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최송희  home.woori.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