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에 호밀을 뿌렸더니 밭에 잔디를 깐 듯이 새파란 호밀밭이 됐습니다.
호밀을 수확하려고 뿌린 게 아니라 땅을 좋게 만들려고 뿌린 것입니다.
호밀은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기 때문에 흙 속에 기공을 만들어 땅을 갈아엎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봄에 호밀 밭을 갈면 자라난 호밀이 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십 센티 이상 새파랗게 자라난 호밀밭이 아름다워 갈아엎기가 아깝습니다.
그래도 그 밭에 고추를 심기 위해서는 이제 곧 갈아엎어야만 합니다.
부모도 호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단단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일이 결국은 내 자녀들이 나중에 거름지고 좋은 땅에 심기는 일이 됩니다.
추운 겨울 동안 죽지 않고 견디고 초봄에 아직도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오직 땅을 옥토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내가 열매를 얻지 못해도 나 때문에 땅이 옥토가 된다면 내 사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호밀밭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우리 자녀는 언제 좋아질까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하나님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 우리는 호밀의 역할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내 열매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결국 거름으로 땅에 묻히는 신세가 되는 것 같아도 우리가 그렇게 끝나고 나면 주님이 고추 모종 같은 우리 자녀들을 키워주십니다.
돌아보면 해놓은 일도 없는 인생이지만 목장에서 주님을 갓 믿게 된 젊은 지체들에게 열릴 열매들을 그려보면 그들을 섬기는 호밀이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장의 젊은 부부가 요즘 매일 싸웠는데 마침내 남편이 보따리 싸서 집을 나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제 대신 열매를 맺을 젊은 그들을 위해 호밀밭 파수꾼이신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최송희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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