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놀다가 슬슬 농사일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고추씨의 싹을 틔우는 일입니다.
종자 중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씨앗을 사다가 상토를 부은 상자에 뿌립니다.
이걸 따뜻하게 보온해주고 계속 물을 축여가면서 싹을 틔우는 겁니다.
마치 갓 낳은 아기를 보듯 자꾸 들여다보며 물을 스프레이로 뿌려주고 낮에는 햇볕 드는 곳에 두고 밤에는 집에서 가장
따스한 곳에 옮기며 싹 트기를 기다립니다.
며칠 동안 이렇게 하노라면 하얀 점 같은 것이 보이는데 싹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싹이 나온 씨는 다시 비닐하우스로 옮기는데 하우스 안에 다시 하우스를 만든 집이 고추씨의 인큐베이터입니다.
바닥에 전선을 깔아 뜨뜻한 전기장판 효과를 내는 흙 위에 싹튼 씨를 심으면 영하의 날씨에도 얼어 죽지 않고 조금씩 자라 나중에는 십 센티 이상의 모종으로 자라게 되니 이곳은 인큐베이터인 셈입니다.
단단한 씨앗이 싹을 내고 모종으로 자라는 과정은 아무리 봐도 신비합니다.
씨앗을 쪼개 봐도 안에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생명이 숨겨져 있는 겁니다.
그 숨겨진 생명의 싹을 틔우려고 많은 손길과 돌봄이 있어야하는 거지요.
우리의 여자 집사님들도 남편의 속에 숨겨진 이 생명의 싹을 틔우려고 얼마나 수고하는지 모릅니다.
쪼개보면 혈기와 식충만 들어있을 것 같은 남자의 깊은 곳에 심겨진 예수씨앗이 발아하려면 그야말로 죽는 적용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집사님은 남편이 바람이 나서 가출을 했는데 그동안 남편이 전처에게서 낳은 아이들을 혼자 키우는 수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 남편은 부인에게 바람의 대상인 그 분(남편분의 표현)이 하는 식당에 가서 일을 도와주라고 했답니다.
돌아버릴 일이지요.
그럼에도 집사님은 피터지는 갈등 끝에 십자가 지는 순종으로 그 식당엘 찾아갔고 그 여자는 당황해서 집사님의 도움을 거절했습니다.
이 일이 전환점이 되어 결국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예수 씨가 발아해서 지금은 목장에서 은혜 끼치는 집사님이 됐습니다.
새의 먹이로 던져줄 수도 있는 씨앗 하나를 이렇게 눈물로 돌보면 생명이 싹트고 그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싹트게 하는 생명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적용 못하겠다는 맘이 들 때 그니언의 식당을 찾아갔던 집사님을 떠올리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