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콩농사에 재미를 못봤다 싶었는데 막상 털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형편없어서 두말도 채 안되는 콩이 전부입니다.
남편이 너무 적은 콩을 보더니 힘이 좌악 빠지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콩은 값이 높아서 잘되기만 하면 돈이 약간 되는 작물인데 올해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콩 농사들이 다들 안된것 같습니다.
한다라 밖에 안되는 콩을 그래도 손질해야 하기에 저녁에 상을 펴놓고 한쪽을 기울여 놓은후 콩을 그 위에 조금씩 부었습니다.
그러면 동글동글하게 잘 익은 콩은 먼저 굴러 떨어지고 찌그러진 콩은 나중까지 남습니다.
그 과정에서 돌도 골라내고 지푸라기도 골라내며 콩을 선별합니다.
저녁 시간 내내 남편과 그 일을 하다보니 등도 아프고 눈도 뻑뻑해오는데 그게 힘들기 보다는 몇 됫박 되지도 않은 콩을 골라내고 앉아있는 남편이 짠해보여 마음이 축축하게 젖어옵니다.
예전에 세상에서 분주하게 다닐 때는 미운 마음이 들게도 많이 했는데 이제 바짓가랑이가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도록 하루 종일 일만 하는 늙은 남편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는 미움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좋은 콩은 인생의 젊은 시절 모습 같습니다.
모양도 좋고 속도 좋아 상품으로 팔릴만한 콩입니다.
나중에 남는 찌그러진 콩은 상품성이 없는 불량품 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집에서 먹어야할 콩입니다.
힘들게 농사한 콩을 모양이 나쁘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몇 십 년 살다보면 우리도 찌그러진 콩처럼 주름이 생기고 머리칼이 듬성등성해지며 여기저기 아픈 데도 생깁니다.
그래서 그런 남편이나 아내를 보면 밉다가도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싸움도 적어집니다.
한창 싸우는 부부들은 젊어서 서로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없는겁니다.
먼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콩다라 앞에 앉은 남편을 보여주시며 주님은 사랑은 별난게 아니라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천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