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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원일기- 살육의 날/최송희 토종닭을 기른다고 하니까 다 자라면 몇마리 달라고 일찌감치 예약을 해놓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요즘 남편을 볼때마다 닭은 다 자랐냐고 묻곤 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아직 좀 더 자라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실은 닭들은 다 자랐는데 닭잡기가 싫은 겁니다. 병아리때 사온 닭들을 몇달 기르다보니 어느새 남편은 닭들과 정이 들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알뜰살뜰 보살펴주는 남편의 뒤를 닭들은 졸졸 따라다닙니다. 더구나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들을 먹이기 위해 아침마다 삽으로 땅을 파는 남편의 주위로 모여드는 닭들은 빨리 파라고 재촉하는 몸짓을 하기까지 합니다. 남편의 모습이 보이면 어느새 쫓아와서 졸졸 따라다니는 닭들 때문에 남편은 꽤나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어느새 닭 아빠가 된것입니다. 하지만 자꾸 토종?을 먹어.. 더보기
신 전원일기- 수탉같은 남편/최송희 처음에 21마리로 시작했던 닭장에 이제 5마리가 남았습니다. 병아리 시절에는 병들어 죽고 자란 후에는 여기저기서 가져가고 더러는 산짐승에게 잡혀먹혀 다섯만 남은 겁니다. 불쌍한 므비보셋도 밖에 있다가 산짐승에게 잡혀먹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남은 다섯마리는 완전히 커서 힘도 세고 위풍당당합니다. 그런데 이 다섯 중에도 서열이 있습니다. 두목인 토종수탉은 암탉 두마리와 졸병 수탉 두마리를 거느리고 다닙니다. 이놈은 암탉을 하나만 차지하는게 아니라 두마리 다 자기 마누라로 만들었습니다. 서열 싸움에서 진 두 수탉들은 암탉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이제 어른이 됐으니 장가도 가고싶은데 두목이 다 차지하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넘버 투는 마구 신경질을 부립니다. 그 신경질은 만만한 넘버 쓰리를 괴.. 더보기
신 전원일기- 물을 빼야 산다./최송희 그동안 다른 일 하느라고 미루어 두었던 천년초 거두기를 했습니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다음에 작물을 거두는 것은 때늦어 보이지만 천년초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하 30도의 혹한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식물이 천년초입니다. 토종 선인장인 천년초는 겨울이 와서 기온이 내려가면 땅에 착 엎드립니다. 몸속에서 스스로 수분을 뺐기에 줄기에 힘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살아 남으려고 수분을 있는대로 다 빼니 넓적한 줄기가 쭈글쭈글해집니다. 그래도 이 쭈구리에 물을 넣어 갈면 여전히 신선한 주스가 됩니다. 이걸 우리 부부는 아침마다 마시는데 풍부한 비타민과 칼슘, 섬유질과 항산화성분으로 올한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데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손바닥 선인장이라고도 하는 천년초는 키우기도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