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전원일기- 탄저병/최송희 우리 고추는 탄저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글을 올렸더니 바로 탄저병이 와서 여기저기 고추가 썩어갑니다. 빨간 고추가 병이 들어 흉하게 썩고 말라가는 모습을 보는 남편과 저의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처음부터 병든 것이 아니어서 웬만큼은 건졌습니다. 고추는 비닐하우스에 심거나 농약을 세게 쳐야 탄저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고추는 습기를 싫어하는 특성이 있어서 장마가 지나면 탄저병이 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장마철 내내 걱정을 했는데 장마 후에도 괜찮아서 이제 병이 안 걸리나보다 라고 했더니 그 뒤로 몇 번의 가을 비가 온 후 드디어 탄저병이 시작된 겁니다. 농사를 시작한 후 사실 농작물을 위해 가장 많이 드린 기도가 고추가 탄저병에 안 걸리게 해주세요 였습니다. 농약도 치지.. 더보기
신 전원일기- 괴물 고구마/최송희 고구마를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했습니다. 예쁜 고구마들만 주렁주렁 나올 줄 알았더니 울퉁불퉁하게 굽어진 커다란 괴물 고구마들이 많이 나옵니다. 원래 보송보송한 황토나 사질토에 심어야 잘 되는 작물이 고구마인데 진흙성분이 많은 땅에 심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어디서 듣고 와서 말하길 고구마는 좀 바닥이 단단해야 맘대로 뿌리를 뻗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니면 부드러운 땅을 한없이 파고들어 이상하게 생긴 큰 고구마들이 되는데 그걸 모르고 땅을 깊이 잘 갈아서 심었습니다. 그냥 큰 것도 아니고 모양이 괴상하니 상품성이 없어서 팔수도 없고 우리나 겨우내 튀겨먹고 구워먹어야겠습니다. 남편은 내년에는 고구마 밭을 깊이 일구지 말고 얕게 일구어 좀 단단하게 둬야겠다고 합니다. 부드러운 환경이 꼭 좋지는 않은.. 더보기
신 전원일기- 마늘의 눈물/최송희 그동안 바빠서 하지못하고 미루어왔던 마늘심기를 이제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아는 집사님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농촌에서 자랐기에 농사일이 어떤것인지 잘 아시는 그분들은 오자마자 팔을 걷어부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함께 마늘을 쪼개고 골라낸후 고랑을 파 몇접이나 되는 마늘을 다 심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매운 추위가 살을 파고드는 속에서도 내 일처럼 끝까지 정성스레 마늘을 심어준 그분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마늘은 한쪽씩 따로 떼어서 씨로 심는데 봄에 심는 다른 작물과 달리 늦가을에 심어야하는 작물입니다. 얼기 직전의 땅을 파서 한쪽씩 뉘어놓는데 그 하얀 맨살에 닿을 차가움이 어쩐지 안스럽게 여겨집니다. 언 땅속에서 혹한의 겨울을 견뎌낸 후 봄이 되면 싹이 틀겁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