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원일기- 못생기고 구부러져도 남편이 가평에서 포도농장을 하는 분에게 포도나무 네그루를 얻어왔습니다.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뽑아내야 한다기에 가서 몇 그루 가져온 겁니다. 포도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인데 열매만 안 열린다면 정말 쓸모없게 생긴 나무입니다. 가지도 가늘뿐더러 구불구불하게 비틀어져있고 하늘로 쭉 뻗지도 못하고 허리 굽은 할머니처럼 구십 도로 구부러진 모양이 정말 볼품이 없습니다. 땔감으로도 쓸 수 없고 목재로도 쓸 수 없는 포도나무는 그러나 여름이 되면 진가를 발휘합니다.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성경에 왜 포도나무 비유가 많이 나오는가 싶었는데 나무를 보니 이해가 됩니다. 포도나무는 하늘로 쭉쭉 뻗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하고 눈길을 끌만한 것.. 더보기 신 전원일기- 이만큼 키웠는데 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블루베리들이 잘 컸습니다. 처음 가져와 심었을 때보다 키도 배나 커졌고 새로운 가지도 생겨 뻗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란 블루베리를 싹둑 잘라야 합니다. 땅에서 십오 센티쯤 남겨두고 과감하게 잘라야하는 것은 그래야 옆으로 뻗으면서 새 가지가 나와 내년에 열매가 많이 맺히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그동안 이만큼 키운 게 어딘데 싶어서 가지들을 죄다 잘라야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키운 게 아까워서 그대로 두면 내년에 열매가 조금밖에 열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지금까지 힘들게 만든 것, 키워낸 것, 사랑하는 것 들을 잘라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죽자고 공부해서 얻은 것들을 내려놔야할 때가 있고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평생 힘들게 일군 사업도 포기해야할 시점이.. 더보기 신전원일기- 호밀밭 파수꾼 초겨울에 호밀을 뿌렸더니 밭에 잔디를 깐 듯이 새파란 호밀밭이 됐습니다. 호밀을 수확하려고 뿌린 게 아니라 땅을 좋게 만들려고 뿌린 것입니다. 호밀은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기 때문에 흙 속에 기공을 만들어 땅을 갈아엎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봄에 호밀 밭을 갈면 자라난 호밀이 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십 센티 이상 새파랗게 자라난 호밀밭이 아름다워 갈아엎기가 아깝습니다. 그래도 그 밭에 고추를 심기 위해서는 이제 곧 갈아엎어야만 합니다. 부모도 호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단단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일이 결국은 내 자녀들이 나중에 거름지고 좋은 땅에 심기는 일이 됩니다. 추운 겨울 동안 죽지 않고 견디고 초봄에 아직도 얼어붙은 땅에 .. 더보기 이전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60 다음